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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처가 or 애처가

까서 줄까? 까지말고 줄까?

episode 121.

파를 까서 주면 습관이 될까 걱정...? 

 

찌개를 끓이려는지 아내로부터 파 두뿌리 가져오라는 명령을 하달 받았다.

 

씨를 받으려고 텃밭 한쪽에 모아놓은 파에게로 다가가서

두뿌리를 뽑아들고 순간 멈칫....

 

 

이 파를 까서 줄까? 아니면 그냥 가져다줄까?

갈등은 짧을수록 좋다고 하던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제껏 파 심부름릉 하면서 까서 준적은 없었다.

 

까서 주면 앞으로도 계속 까서 달라고 하면 어쩌지?

아내를 향한 내 충성심의 변화를 보여줄것인가.

아니면 이제껏 해 왓듯이 그냥 모른척 할것인가?

  

 

 

장고끝에 결국 난 파를 깨끗하게 다듬어서 아내에게 가져다 주었다.

다음에도 까서 가져오라고 하면 쭈욱 까줄 각오를 다지며....

 

아니나다를까 아내의 이 격한 반응은?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바뀌며 나를 환대하는게 아닌가.

"와~ 여보 고마워 ...땡큐^^"

"나가지말고 식사 준비 다됐으나 식탁에 앉아요~~"

 

그런데 장시간의 내 걱정은 기우였다.

아내가 내게 건넨말은 그게 전부였다..

내심 괜한 걱정 혼자 했나보다..

앞으로도 계속 파를 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룰루랄라~~.

 

 우린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함께했고..

"여보~ 맛잇게 잘 먹었습니다~~" 하고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느닷없이 등뒤에서 들려오는 또렷한 아내의 목소리.

 

"여보~ 앞으로도 파는 잘 까서 가져다줘~~"

 

그럼 그렇지...이런 찬스를 놓칠 아내가 아니지?

 

그런데 이 야릇한 감정은 뭘까?

 

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다가

막상 까서 가져오라고 하니 밥 먹기전 마음과는 좀 다르다.

 

전혀 생소한 일을 시켜서 하게되는듯한 느낌이다..ㅠㅠ 

 

하지만 인생사 뭐있나?

아내말 잘 들어서 손해볼건 없으니,

까라면 까고 뒹굴라고 하면 뒹굴고....

 

결과론적이지만 첨부터 내가 아내에게

"앞으로 파는 까서 가져다줄께 ~" 라고 말했으면 애처가요..

이렇게 아내가 시켜서 하게되는 난 공처가일수박에 없다.

 

까고 안까고가 애처가를 판단하는 기준임을 널리 알려야겠다....

 

파를 까서 다듬어서 주는 작은 일에도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바로 우리들의 아내들 이랍니다^^

소소한 작은일에서도 행복을 느낀다는 아내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하루였습니다^^

 

아내의 넘사벽 이야기 글--

2014/02/05 - [공처가 or 애처가 ] - 잔머리 굴리는 남편 잠재운 아내의 한방은?

 

 *포장지기의 단상(想) 하나더~~*

 작은 일 하나에도 아내를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을 가지고계시다면

당신은 이미 애처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