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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탈북자 부부의 억척스러움이 찡하네요..

5년동안 일가족 모두가 자유의 품안으로.?

 

 집 맞은편에 새터민 교육 기관이 있다.

 

화물차 한대가 그곳 앞에 한참을 서있더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우리집으로 들어오는것이 아닌가.

 

차량을 보니 파지나 고철등을 수집하는 파지업자로 보인다.

 

차에서 내린 50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두사람이 내게 인사를 건네는데 억양이 북한 말투이다.

 

인사를 나누고 이곳분이 아니시네요? 하고 물으니

"네.. 북쪽에서 왔습니다." 한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부부이며 남자는 5년전 탈북해서 인근지역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3년전 북에 두고왔던 아내를,

작년엔 큰 아들, 얼마전에 막내 아들을 데려왔단다.

 

교육중인 막내아들을 면회왔다가 울타리 너머로 얼굴만 보고 돌아 가려던중에

길 건너편을 바라보는데 파지로 보이는 물건들이 보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 왔단다.

 

일가족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어렵게 찾아온 자유.

밑바닥 생활부터 해야함에도 꿋꿋하게 부부가 합심해서 일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요 근래 몇년동안 자유를 만끽하는 삶이 너무 행복하기만 하단다.

 

가족이 모두모여 사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건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말도 한다.

 

사실 공장에서 나오는 파지등을 수거해가는 업체는 이미 있다.

 

일단 오셨으니 공터 한곳에 모아둔 파지를 가져가라고 했다.

마침 정기적으로 오는 파지 업체가 철거사업을 하면서 뜸해진 이유로 공간이 협소해지는 상황이었고,

업체를 바꿀까 하는 마음도 있었던 터라 흔쾌히 한차 가득 실어주었다.

 

 

마대에 담아놓은 파지들의 무게가 제법 무겁기에 공장 지게차를 이용해서 실어주는데

부부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한장한장을 정성들여 주워 담는 모습이 너무도 진지하다.

 

"나중에 빗자루로 쓸면 되니 놔두세요~"

"이거 한장 한장이 저희들에게는 너무 소중 합니다~~." 하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순간 무엇인가가 내 머리를 치는듯한 느낌.

 

나는 이미 많은것을 가지고 태어나 이땅에서 윤택하게 살고 잇는데,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별 생각없이 버려지는 물건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향한 몸짓으로 보여지고있다.

 

아~~ 내가 사회로부터,국가로부터 얼마나 많은 헤택을 받아왔고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느끼게되는 순간 이었다.

 

더 이상 실을 공간이 없음에도 조금이라도 더 실어보려는 부부의 모습이 찡하게 전해져 온다.

 

"그러지 마시고, 제가 기존 업체에 잘 말해서 다음부터 저희 파지를 가지고 가실수 있게 할테니

오늘은 이만 정리하시고 가셔요."

 

"다음에 또 오시면 되니 그렇게까지 억지로 싣고 갈 필요 없습니다."

그제서야 움직임을 멈추고 환환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너무 감사 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주머님이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리신다.

 

"아닙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수있는게 이것뿐이라서 미안하네요."

"분리수거 잘해서 모아둘테니 제가 연락 드리지 않아도 자주 와서 가져 가세요.."

 

부부는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부디 열심히 노력하는만큼 큰 성과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못하고 좌절하는 분들이 많다는데...

부부의 억척스러움과 서로 나누는 대화에서 이들에게는 더 이상의 시련과 고통은 없을거라고 느껴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서로 의지할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들 부부는 이미 행복해 보인다.

 

이미 많을걸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평 불만을 보이던 내 스스로가 창피해지는 순간 이었다.

 

 가족 이야기--

2014/06/28 - [소소한 일상] - 아빠~ 우리는 집이 필요없는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