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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감자 캐던날, 용감한 모녀의 감자서리..

감자 도둑으로 몰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그렇다고 도둑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한참 밭 작물 수확이 많은 요즘 농촌에서 일손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수확 시기는 거의 비슷하고

일손은 한정되어 있기에 하루 일당으로 지급하는 금액도 상당히 올랐다.

 

남자는 9만원 여자는 6만원 수준이다.

물론 8시간이 기본이지만 사실 반나절만 일해도 되는 경우도 많다.

이경우에도 지급되는 액수는 같다.

 

며칠전 마을 안쪽에 있는 감자밭에서 수확이 있었다.

그곳에서 웃지못할일이 벌어진것이다.

 

요즘은 감자도 기계로 수확을 한다.

하지만 완전 자동은 아니라,

기계가 땅속에 있는 감자들을 위로 파헤쳐 놓으면 인부들이 자루에 담아서

직접 박스나  더 큰 자루에 옮겨담아야 한다.

 

사진-중부매일 제공

 

이 과정에서 상품성 떨어지는 크기의 감자나 상처있는 감자들은 그대로 버려진다.

덜 캐지거나,간혹 흙에 가려 보이지 않던것들까지 하면 그 양도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많다

그 버려진 감자들을 보통 파지라 부르며

일이 끝난뒤에 함께 일했던 인부들이 각자 먹을만한것들을 주어서 집으로 가져간다.

 

토지주가 임금외에 주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다. 

 

그날 10여명의 아주머니들이 함께 일을했고,

작업이 끝난시간이 점심때가 조금 지났는지라 

주인 가족분의 제의로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와서 파지를 공평하게 줍기로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밭으로 돌아온 아주머니들은 아연실색이 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누군가가 온 밭을 흝어서

쓸만한 크기의 감자는 모두 가져가 버린것이다.

 

수소문 해보니 마을에 사는 아주머님 한분이 외지에 사는 며느리를 미리 불러놓고 대기하고 있다가

인부들이 식사를 하러간 사이에 쓸만한 크기의 감자들을 죄다 주워 승용차에 실어 보냈다고 한다.

 

마을 밭 감자수확을 한다고 하는 소리를 미리 듣고 파지를 주울 요량으로 외지의 며느리를 불렀고,

인부들이 모두 물러나기에 그저 파지 주웠다는 말씀 뿐이다.

 

식사하러 가는것을 일이 끝나서 모두 돌아가는것으로 알았던것이다.

 

파지를 주울 요량으로 간혹 큰거 몇덩어리씩 흙속에 숨겨놓기도 했던 아주머님들은 그야말로 멘붕...

 

감자도둑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감자서리라고 하기에도.ㅠㅠ

 

밭에서 수확이 끝나고 떨어져있는 곡식들이나 눈에 띄지않아 버려진 것들은

먼저 주워가는 사람이 임자인게 농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분명 그 모녀는 파지 주울시간을 기다리며 밭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주머님들이 파지 줍는 시간에 모두 어디론가 갔다면

밭 주인에게 파지를 주워도 될지를 물어볼수가 있었는데...

 

작은 욕심이 불러온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은 어찌 풀어가려는지....

 

어차피 물건은 떠난지 오래 ...

어찌할 도리가 없지않냐. 차후엔 절대 그렇게 하지 마시라는 밭주인의 한마디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보고 있는 나로서도 흔치않은 광경에 쓴 웃음이 나네요....

 

함께 나누는 마음이 필요할때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