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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35년만에 만난 여자친구가 준 캔커피 하나.

그녀는 영락없는 아줌마 그 모습이었습니다.

 

코흘리게 시절 눈에 띄지않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정도로 조용한 여자 아이였지요.

그녀는 뒤늦게 나를 알아보고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어쩔줄 몰라하며 나를 끌어 안았습니다.

 

며칠전 토요일 졸업한지 35년여를 거슬러 올라가는 초등학교 동창회가 모교가 있는 안양에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반가운 친구들,특히 같은반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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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후 처음으로 대면하게된 여자 동창생 세명.

 

특히나 그 의미가 남달랐다는건 충주에서,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 있는 경남 거창에서 안양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죠.

아이들이 장성했다고는 하나 주부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녀가 달려온 이유는 단 하나.

 

산전수전 다 겪는듯한 굴곡 많은 인생길에서

다시금 원점으로의 회귀를 간절히 갈망했던 마음 하나 였습니다.

 

지난날의 삶의 무게를 잠시라도 내려놓을수있는 그 순수했던 시절이 그리웠던 것이죠.

 

따뜻히 안아주었습니다.

 

그녀가 지고있던 인생의 무게를 모두 내려놓을수 있도록,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이 되는 그 순간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지금은 거창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며

직접 볶은 커피를 판매하는 원두 커피 전문가로서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여러 친구들과 수다섞인 이야기는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어도 끊이질 않네요.

헤어져 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함께한 시간은 찰라에 불과하죠. 

 

 안성이 집인 저는 다음날 집안일이 있어 먼저 내려오게되었습니다.

그때 시간은 새벽 세시.

 

그녀는 제 손을 잡고는 길목 모퉁이에 있는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그러고는 혹시 운전중 졸음이 올수도 있으니 졸음을 쫓을수있는 먹을거리를 골라 주더군요.

우정이 모정으로 변한건가요? ㅎㅎ

 

친구의 마음이 너무도 따뜻하게 제 가슴을 파고 들더군요.

그 기나긴 공백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제게 전해지는 그 여자 동창 친구의 마음은

순수하기만 했던 그 어린시절 그때 그모습,그마음 그대로였습니다.

 

 

캔 커피 하나 제 손에 쥐고

"친구야~ 이 따뜻한 캔 커피 하나면 충분하다.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우린 헤어졌습니다.

 

어린시절 서로 친밀하게 지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만나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주머니에서 따뜻하게 전해지는 캔 커피의 따스함이

친구의 마음이 전해지는것임을 알기에 졸음은 애당초 제게 다가올 엄두도 내지 못하더군요.

 

어쩌면 보잘것없어 보일수도 있는 캔 커피 하나,

커피 전문가인 친구의 손에서 제 손으로 건네진것은 커피가 아닌 함께 꿈 꾸었던 옛 시절의 추억,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었나 봅니다.

 

내가 아닌 그 누군가와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무게를 지닌 오래전 어린시절의 그리움..... 

 

결코 마시지 못할것같은, 마시면 친구의 모든것을 빼앗아 가버릴것 같은...

 

그래서 친구의 고운 마음이 담겨있는 캔 커피 하나는

책상 한 켠에서 오랫동안 저를 바라보고만 있을것 같네여.

 

친구~~

다시보게돼서 나도 무척이나 기뻤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