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마을 이장님이 마을 공동 상수도 요금을 책정하기위해
수도 계량기를 검침하고 가셨습니다.
마을 50여가구는 마을 뒷산에 위치해있는 마을 공동 상수도를 이용하고 있죠.
집집이 물 사용량을 일년에 한번 검침해서 마을 대동계때 이장님께 그 요금을 낸답니다.
상수도 요금은 별도의 물 사용량을 기준으로 정수장에서 사용하는 모터펌프의 전기요금을
마을 총 물 사용량으로 나눈뒤 리터당 단가를 정해 가구별로 요금을 부과하죠.
도시 상수도와는 개념이 다르죠.
별도의 하수도세는 없고 일년내내 텃밭의 사용하는 물을 포함해도
가구별로 일년에 3만원에서 5만원 안팎입니다.
저희집도 매년 5만원 내외의 수도물 사용료가 나왔답니다.
텃밭에도 수도물을 사용하는일이 잦고
작은 연못도 관리하기에 조금 많이 나오는 편 입니다.
그런데 검침을 하고 가신 이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상하게 물 사용량이 전년에 비해 서너배정도 더 나왔는데 다시 계량기 숫자를 알려달라고.
뭔가 착오가 생긴듯 하시다면서.
그래서 수도 계량기 뚜껑을 열고는 숫자를 확인하려는데
웬걸 집에는 아무도 없고 물을 사용중이지 않는데도 계량기가 씽씽 돌아가고 있더군요.
어딘가 집으로 들어가는 수도 파이프가 터진것이죠.
그렇습니다.
어딘가 파이프가 터져 계량기가 예년에비해 현저히 많은 양을 사용한것으로 나온것이죠.
일단 계량기 주위를 한번 파보니 땅 속으로 들어가있는 파이프쪽에서 물이 새어나오더군요.
새어나온 물이 바로 옆에 있는 연못으로 땅속을 통해 스며들었기에 눈치를 채지 못한것이었습니다.
수도 설비 공사업체에 작업을 의뢰해서 터진부위 찾아서 공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마을 대동계가 마을회관에서 있었죠.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인지라 저도 늦지않게 자리를 했죠.
이장님과 총무님의 회의 진행으로 일년간의 회계 보고가 있었고
회의 중간에 이장님이 저희집을 언급하며 말씀 하시더군요.
수도 파이프가 터진걸 모르고 있다가 수도물 사용요금이 많이 나왔는데
요금을 다 받는것보다 얼마라도 탕감해주면 어떻겠냐교....
그러자 마을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탕감해 주라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제 불찰로 수도물이 많이 새어나갔는데
마을 분들 모두가 파이프가 더 터져서 고생하기전에 어서 수리하고 공사비도 많이 나올텐데
수도요금은 일정부분을 마을에서 부담할테니 너무 걱정말라하십니다.
제가 이곳 마을에 자리잡은지 10년이 되었고
그 동안도 마을 어르신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지내왔는데
이렇게 또 한번 도움을 받게 되었네요.
아마도 제가 아니라 다른 어떤 마을분이 그런 경우에 처했더라도 흔쾌히 도움을 줄 어르신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아직 남아있는 시골의 정이랍니다.
이웃의 어려움을 자신들의 일로 생각하시고,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시는
이웃간의 따뜻한 정.
15만원이나 나온 수도요금을 예년요금인 5만원만 받으시더군요.
해서 매년 대동계때마다 찬조금을 조금씩 내왔기에
미리 준비해간 봉투에 탕감해 주신 돈 10만원 더 넣어서 드렸더니
이장님과 총무님이 극구 미리 준비해간 찬조금만 받게다고 하시네요.
일단 차후에 마을 행사 있을때 조금더 찬조할 마음으로 어르신들 말씀에 따랐습니다.
금액을 떠나서 외지에서 들어와 자리잡고 사는 저에게까지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마을분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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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마을 아주머님들이 차려주신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점심 식사였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이웃의 정이 넘치는 이곳 우리 마을을 사랑하기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좋은 어르신들과 살고싶어지는 마음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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