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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밥솥에 밥이 있는지는 누가 확인해야 할까?

모녀가 함께 따지고드니 도리없이 내가 죄인...?

 

 어제는 딸 아이가 버스를타고 하교 한다기에

모처럼 아내와 나는 늦은 오후시간동안 집 주변 풀을 뽑고,

울타리 용도로 심어져있는 쥐똥나무 전지도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우며 집 주변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졌죠.

 

딸 아이의 늦은 귀가로 당연히 저녁 시간은 늦춰졌고...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온  아이를 아내가 만나서 데리고 들어온후

아내는 이내 저녁식사 준비를 했죠.

 

점심후 늦어진 저녁으로 인해 허기를 느끼던 난

"저녁 식사 하세요"라는 말을 간절히 기다렸죠.

 

이윽고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아빠~ 식사 하세요~~"

 

 

식탁에는 아직도 보글보글 끓고있는 된장찌개가 답겨있는 뚝배기가 놓여져 있고,

맛난 반찬들이 한상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내는 식탁의자에 앉는 날 보고는 밥 주걱을 들고 밥을 밥 공기에 담으려고 밥솥 뚜껑을 열었다.

 

결코 듣고 싶지않았던 아내의 외침..

 

"여보~~  밥솥에 밥이 없으면 얘길 했어야지..."

 

그렇다.

점심때 밥를먹고 반공기도 되지않은 밥이 남아있어 밥솥의 전원을 꺼야 했지만

깜박하고 전원을 끄지않고 그대로 방치했던 것이다.

 

최근엔 점심을 늘 혼자 먹기에 밥솥에 밥이 있는지 여부는

가족중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고 식사 준비를 하면서 밥솥에 밥이 얼마나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야 하는게

주부로서의 기본적인 책무가 아니겠는가?

 

허탈함에 아내에게

 "밥솥에 밥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식사 준비를 햇어야지~" 라고 말하자

두 모녀의 폭격이 시작된다.

 

모녀는 이구동성으로

마지막 밥 먹은 사람이 밥이 없으면 밥솥 전원을 꺼 놓던지,

아니면 식사 준비 하러가는 사람에게 밥 해야한다는 소리도 못해주느냐며...

 

두 모녀와 얘기해서 이겨본적이 없는 나였고,

더군다나 딸 아이까지 적극적으로 엄마를 옹호하는 말을 하고 있으니

이미 나는 전의상실...ㅠㅠ

그렇게 우린 우여곡절끝에 10시가 다 된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할수 있었다.

제삿밥 먹는 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과연 밥이 모자라다는 말을 하지 않은 내죄가

아내의 직무유기보다 더 큰 죄일까?

 

또다른 식탁 이야기---"아빠 어디가?" 때문에 벙어리가 된 저녁식사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