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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빠 어디가?" 때문에 벙어리가 된 저녁식사 시간.

어제는 모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아 장안의 화제인 "아빠 어디가" 예능 프로를 보게됐죠.

 

뉴질랜드 가정에서의 홈스테이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뉴질랜드 가족들과의 만남부터 서투른 언어소통으로 인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비쳐졌습니다.

 

사진출처--http://www.imbc.com/

 

한참을 웃으며 즐겁게 봤네요.

 

우리 네식구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식탁에 둘러앉아

아내가 맛있게 만들어준 수제비를 먹기 시작 하려는데

 

6학년 딸아이가 한가지 제안을 하더군요.

 

"아빠~ 나도 엄마랑 며칠있다가 여행 갈껀데, 영어 연습해야하니까,

지금부터 밥 다 먹을때까지 우리말 쓰지 않기 하자"

"영어 안쓰고 우리말 쓰면 딱밤 열대 맞기."

"지금부터 시작~"

 

아들놈은 싫다고 빼다가 엄마, 아빠가 딸아이 말대로 하자고 해서

우리 가족은 밥상머리에서 졸지에 상황극으로 빠져 들었답니다.

 

원래 평상시 우리 가족은 식사할때 엄청나게 떠들면서 식사를 한답니다.

 

*우리집 식탁 궁금하면 클릭--감자탕이냐 고구마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제가 우리 조상님들이 즐겨하시던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이거든요.

게다가 아이들 역시도 조용히 밥만 먹는 스타일도 아니고 해서요.

 

그런데 이건 뭐죠?

저부터 말문이 막혀 버리네요.

분명 오늘도 예절교육에대해 말할게 있었는데

도무지 번역이 안되는게 아닙니까. 난처하기 짝이 없더군요.

 

평상시 같으면 아이들에게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골고루 먹어야지 하며

편식을 멀리하게끔 하는 아내도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네요.ㅎㅎ

 

아이들도 평상시 같으면 물좀 주세요. 더 주세요, 이건 안먹을래요 하며 엄마를 힘들게 해야하는데

조용히 눈치만 살피며 자기가 필요한건 스스로 해결하고 오물오물 수제비만 떠먹고 있네요..

 

그림이 그려지시나요...ㅎㅎ

 

네~~ 그렇습니다..

 

우리 네 가족은 딱밤 열대를 맞지않기위해서 그냥 조용히 수제비만 떠 먹었네요..ㅋㅋ

 

우리집 역사상 가장 조용한 저녁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며 키드키득 웃기는 했지만 결코 우리말이건 영어건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네요.

다 먹고 엄마에게 땡큐 하기전까지는요^^

 

저도 저지만 이건 조금 심각해집니다.

실상 영어를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 돈 들여서 공부했건만 막상 대화자체가 되질 않으니...

이거야 원.....

 

tv속 연기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 있더군요...

그 난감함을...

 

요즘아이들에게는 영어교육을 위해 원어민교사를 초빙해서 회화위주의 교육을 하고

많은 영어체험학습이 있기에 저희들때보다는 여건이 좋아진것만큼은 사실이지만

단편 일률적인 교육만으로는 막상 상황에 부딪혔을때는 쉽게 풀어나가지 못하는듯 합니다.

 

외국 나가서 애국할일도 없고,

내 나라 내땅에서 죽을때까지 살텐데 스트레스 받으며 영어 배우고 가르치기는 싫었는데

다시한번 생각해봐야겠네요.

 

내 아이들이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외국에서 일할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활영어는 자신들이 필요하면 그때 공부해도 늦지는 않을듯하지만,

우선은 당장 여행가서라도 요리 하나는 주문해서 먹을수있고,

길 이라도 물을수 있는 정도의 회화는 공부 시켜야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순식간에 한 가족을 침묵의 저녁시간으로 만든 사연을 들려 드렸습니다..

 

영어 배우자니 힘들고 배우지 않으려니 교과목에 버젓이 끼어있고..

외국나가서 돈 벌거나 살러가는 사람들만 하면 안될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