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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내 생애 마지막이 될뻔한 미역국.

냄비가 타는건 문제도 아니다.다시는 미역국 먹지 못할수도?

 

어제는 내 생일

 

얼마전 아내 생일날 신랑인 내가 미역국 끓여주지 않앗다고 삐쳤던 아내.

그래도 같이사는 남편이라고 아내는 아침 일찌감치 준비해서 미역국을 한솥 끓여놨다.

 

평소 국이나 찌개 없이는 밥을 잘 못먹는터라

혼자 먹는 점심때 먹으라고 한솥을 끓여 놓은것이다.

 

딸아이 등교 시키고 

아내가 내 생일이라고 특별히 만들어준 반찬들로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고

문제의 사고는 점심 시간에 터졌다.

 

배꼽시계로부터 점심을 알리는 신호가 왔고,

레인지위에 미역국을 데우기위해 불을켜고 미역국 양이 많기에 시간이 걸릴것으로 생각해

잠시 안방으로 들어가 TV를 보게 됐다. 그리고 나는 그만.......

 

어느순간 눈을 떠보니 시계는 오후 3시.

내가 집으로 들어온 시간이 오후 1시였으니....아뿔싸~~

 

비몽사몽간에 튀어오른 내 몸은 주방으로 ...

 

 

아~~~ 이럴수가 그새 미역국 냄비는 바닥을 드러내고

냄비는 제몸을 스스로 태우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었다.

 

늦게까지 상가집에 있다가 새벽에 집에왔었는데 몸이 피곤했었나보다

순간 잠이 들었던것이다.

 

그리고 엄습해오는 두려움...

그제도 된장국 냄비를 데우다가 다 쫄아붙게해서 한참이나 잔소리 들었는데..

만들어준 국이나 찌개 데워서 먹을때 한번 더 그러면 다시는 국이나 찌개 만들지 않을거라고 했는데..ㅠㅠ

 

별수 없었다.짠내나는 냄새를 없애기위해 집안 창문 모두 열어 제끼고,

 

 

 

쫄아서 이미 소태가 되어있는 미역국 냄비에 맹물을 가득 채웠다.

별수있나. 맛은 둘째치고 양이라도 눈속임해야 이 위기를 모면할수 있을것 같았다.

 

오후 늦은 시간 아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미역국 끓여놨어?"

"나눠서 냉장고에 넣어야지....."

 

"응, 점심때 미역국하고 밥 먹었어."

"한번 더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

 

아~~ 난 내 생애 마지막 미역국이 될수도 있었던  미역국이 담겨져있는 냄비를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앗싸~퍼펙트~~" 

 

사실 아내는 미역국을 싫어해서 먹지 않는다.

이제 미역국 맛이 왜 이러냐고 투정 부릴 아이들 입 단속만 시키면

내년 생일날에도 미역국은 내 앞에 놓여질것이다.

 

그나저나 맛이 변해버린 미역국을 얼마나 더 먹어야 할까?

먹을때 많이 끓여서 먹으면 제 맛을 찾을수 있을지 그 또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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