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처가 or 애처가

아내의 생일,미역국을 대신할 내 선택은?

episode 125.

100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겠습니다..?

 

 결혼 18년동안 아내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준 기억은 단 한번.

 

그것도 포장되어있는 인스턴트 미역국,

물만 붓고 3분간 끓이면 완성되는 스프맛 강한 미역국이다.

아내 생일날 미역국 끓여주면 해마다 번번히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공식적으로 아내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준적은 없었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

 

주변에 아내의 생일날 미역국 끓여주는 남편들이 많다고는 하던데,

난 정말 미역국만큼은 자신이없다.

 

어제도 새벽까지 이어진 공장일로 미역국 끓이는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가족들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미역국 끓이고 특별 반찬 몇가지는 만드는 아내지만

정작 자신의 생일날은 챙기지못하는 아내.

챙겨주지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른 아침부터 미역국 어딨냐며 다그치다가 시간에 쫓겨 아침밥도 거르고 출근한 아내.,

 

"애들은 새벽부터 엄마 생일 축하 한다고 따뜻한 문자 보내주는데"

"당신은 그 흔한 문자 한통 없냐?" 소리에

뒤늦게 문자 보냈다...

생일 축하 한다고

 

 

그런데 요건 몰랐지?

엄마 생일을 생각지못한 아이들에게

어제 아내몰래 문자 보내서

선물은 기대도 하지않으니 아침에 문자라도 한통 하라고 시켰다는 사실을..ㅎㅎ

 

 

 

암튼 미안한 마음도 있고

미역국 대신에 설거지로 얼렁 뚱땅 때우려는 속셈으로 메세지 한번 더.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 필요없어..."

"저녁때까지 미역국 끓여놔.."

"당신이 좋아하는 인터넷 보고 만들어~~"ㅠㅠ

 

결국 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역국을 대신할 그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래서 아내에게 최종 제안을 했다.

 

"내년 당신 생일날까지 조석으로 설거지는 내가 해줄께~~"

 

"정말이지... 약속 못지키면 그날로 미역국 끓여~~"

그렇게 나는 노예계약에 내 몸을 던지는 선택을 하게됐다.

 

통화를 끝내고 나니 급 후회가 밀려온다.

 

일년동안 설거지라....ㅠㅠ

장모님한테 조리법 배워서 차라리 미역국을 끓여줄까?

 

아~~ 어쩌면 좋지?

어차피 집안 설거지 절반은 이미 내가 해오던 일인데...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생각좀 더 해봐야겠다.

일년동안 설거지를 할것인가?

아님 남은 평생 아내 생일날

미역국 끓여 바치는 착한 남편으로 지낼것인가에 대해...

 

 관련글 보기--

2013/08/03 - [공처가 or 애처가 ] - 미역국은 우리 부부의 중간평가 성적표.

 

 *포장지기의 단상(想) 하나더~~*

 평생 설거지도 해주고 생일때마다 미역국 끓여주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

정말로 마음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