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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누구나 할수있지만 아무나 할수없는 텃밭 농사

텃밭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늘 납기에 쫓기는 포장지 가공업체를 운영하면서

내 성격은 자연스럽게 급해질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을 독려하기 빠쁘고

생산량을 늘리기위해 잔업에 야근,

그리고 휴일없이 일을 해왔다.

 

제품 생산의 마지막 단계를 다루다보니 작업 현장은 시간과의 싸움의 연속이다.

때문에 기다림과 여유는 사치였다.

 

귀촌한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여전히 공장은 운영하고 있지만

귀촌으로 인해 생활환경이 많이 변했다.

 

특히 텃밭 농사는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 고무적인 변화로 인내와 기다림을 들수있다.

 

귀촌 첫해 호미를 이용해 채소류부터 시작한 텃밭 농사는

이제는 경운기도 이용하며 제법 농사 흉내도 내고 있다.

 

     자두가 빨갛게 익어가고있다..

 

유실수 묘목을 심고 몇해가 지난뒤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보면 감동 그 자체이다.

 

귀촌 전에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이다.

그저 마트에 가서 돈만 주면 언제든 구할수있고 먹을수 있는것들을

길게는 몇년씩을 기다린다는건 생각도 못해봤기 때문이다.

 

           수확한 마늘....

 

어제는 작년 가을에 심었던 마늘을 수확했다.

 

 

 

내 손으로 밭에 거름을 뿌리고, 흙을 갈아엎고, 마늘을 묻고...

추운 겨울 잘 지내라고 볏짚도 깔아주고.....

눈비 맞으며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고 반년만에 반갑게 만난 마늘이다.

 

흔히들 땅은 씨를 뿌린만큼 거둔다라는 말을 한다.

 

마늘이 딱 그렇다.

한쪽의 마늘은 어김없이 한통의 마늘로 성장하여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으로 다가온다,.

 

 

           긴 겨울 이겨낸 양파와 마늘..

 

봄이 올때까지 긴 시간 땅속에서 추위를 이겨내는 마늘은

그 싹을 튀우기까지 많은 기다림과 인내를 요구한다.

 

씨를 뿌리면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여느 작물과는 다르다.

싹을 튀우기까지 정말이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다른 작물들이 쉽게 자란다는것은 아니다.

그 어느작물이라해도 농부의 땀과 정성,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한건 기본이다.

 

나 역시도 텃밭 농사 초기에는 아내와 다툼도 많았다.

그냥 마트에서 사먹지 힘들게 왜 농사 짓느냐며....

 

 

       무럭무럭 자라는 텃밭의 작물들...

 

아내와 함께 한해 한해 조금씩 심기시작한 작물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고,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맛보면서 텃밭 농사의 진가를 느끼게 되었고,

이제는 농부의 심정으로 여러 작물들을 대하고 있다.

 

내 자신을 흙과 동화시키지않고,

땀 흘리는것을 주저하고,

기다리는 마음을 갖지 못한다면 결코 해낼수없는것이 텃밭 농사이다.

 

그래서 텃밭 농사는 누구나 시작은 할수있어도 아무나 할수있는것은 아니다.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면 더욱 곤란해지고 힘든게 농사이기때문이다.

또한,자연환경에 순응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있어야만

수확이라는 결실을 만날수있기때문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도시속 찌든삶과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며 받는 고단함과 상처가 있다면

베란다속 텃밭이나 주말농장등을 통한 텃밭을 가져봄이 어떨지 권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귀촌역시도 권하고 싶다.

 

텃밭의 흙을 통해 분명 치유될꺼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흙을통해 얻어지는 기다림의 미학은 이전까지의 삶과다른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될것이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 흘린 땀의 결실을 맛보게 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그 어떤 어려움도

그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로만 느껴지게 될것이다.

 

흙을 사랑하고, 자연을 느끼고, 열매의 소중함을 알게될때

 바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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