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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처가 or 애처가

늦잠자는 남편 깨우는 우리집 알람소리...

episode 134.

 빨래 헹굼 끝나가니 널어주고,

고추 조금따서 건조기 한칸 채워서  제일 아랫칸에.. ?

 

 부드러운 목소리의

"여보~~ 일어나~" 도 바라지 않고,

내 긧볼에 입김을 불어 넣어달라는것도 아닌데.....

 

아침을 깨우는 아내의 알람 소리는 머슴 일 부려 먹는 고약한 마님의 그것과 같다.

 

 

출근하는 아내의 마지막 알람소리는 "오늘 날이 좋을듯 하니 고추 한 골 다 따면돼~~"

 

"아침 밥 해서 먹어~ " 라고 하지 않는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오늘도 난 마님의 아바타가 되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 단심 받드는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완벽 소화할테다.

 

애처가와 공처가 사이를 늘 애매하게 헤메이는 일상속.

오늘 하루만큼은 완벽한 공처가로서 하루를 살아가야하나보다.

 

그래도 좋다...

 

전업 주부로서의 아내 모습보다 지금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왜? 이쁘니까....

추리닝에 헐렁한 티셔츠 걸친 아내가 아닌

단정하게 차려입은 양장에 얕은 화장이 더 이뻐 보이는건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연봉 500만원에서 나오는 아내의 그 당당함은 어디서 오는걸까?

 

한달에 11일 근무하고 자신이 받는 급여 꼬박 꼬박 모아서

가족 여행을 꿈꾸는 아줌마의 예쁜 꿈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기꺼이 벌레가 꿈틀거리고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텃밭 고추나무 사이로 들어 갈테다.

 

퍼펙트한 미션 완수는 아내의 환한 얼굴을 불러오고,

아침시간 울려퍼지던  아내의 알람 소리는

달콤함으로 이어져 내 귓가로 흘러든다.

 

"여보~ 아주 잘했어~"

"역시 우리집 남편이 최고야~~"

" 일루와~~ 내가 이뻐 해줄께~~" 

 

고추밭 고추나무 부러트린 사실을 알게된 순간 비록 벼락이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나 역시도 즐기고 싶다.....

 

관련글--- 

2014/03/18 - [공처가 or 애처가 ] - 아내가 남편 깨우는 결혼 년차별 노하우.

  

 *포장지기의 단상(想) 하나더~~* 

 아내의 꿈을 지켜주는 공처가야말로 진정한 애처가가 아닐지....